작가 소개


“브릭 한 웅큼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Bins of thousands of pieces that's stored kinetic potential.)” 성수동에 자리한 브릭캠퍼스의 한 켠에 써 있는 Lino Martins의 명언이다. 작은 브릭은 오로지 아이들의 장난감일까? 혹은 Kidult들의 노스텔지어를 활용한 자본화된 Goods일까? 이미 레고아트는 최소단위로서의 작은 브릭을 재료로 삼아 상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만드는 창작의 세계로 각광받고 있다. 컬트문화(cult文化)의 상징에서 대중화된 예술의 경계로까지 확장된 ‘브릭아트’의 세계는 이미 전 성균관대 교수인 황인기(Inki Hwang, 1951~) 작가의 <성균관-명륜당> <夢遊-몽유>(안견의 몽유도원도의 패러디) 등에 의해 예술장르로 들어왔지만, 2010년대 이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한 아마추어 작가들의 전문화 추세 속에서 새로운 개념의 장르로 확장되고 있다. 그 가운데 ‘육포공장’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해온 진형준 작가는 브릭을 ‘가지고 노는’ 개념에서 벗어나 레고에 자신의 일상철학을 투영시키는 개성화된 세계를 차곡차곡 구축해 낸다. 20대 중반, 백혈병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레고 브릭은 외부와 소통하는 창구이자 치유의 수단이었다. 육포를 좋아하는 미식기호와 ‘Factory’를 결합한 ‘육포공장’이란 닉네임은 자기화된 레고문화의 대중적 코드를 탁월하게 결합시킨 별칭인 것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후, 작가가 미디어로 기록해온 제작과정 일체는 아카데믹한 예술교육을 받지 않은 어떤 사람이라도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이른바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의 미학 속에서 병마와 싸워가며 만들어간 창의적 예술활동은 브릭 위에 ‘시대+사회+개인’의 사유방식이 더해졌을 때, 아마추어를 가로지른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2014년 기성품이 아닌 창작품으로의 전환은 ‘Maker’에서 ‘Creator’로의 변화를 이끌었고, 30대가 된 작가가 앞으로 살아낼 삶의 의미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는데 있음을 알려 주었다. 작품의 주제는 크게 작가가 극복하고 살아낸 인생에 관한 것들과 덴마크 재료인 브릭 위에 어떻게 한국적인 정체성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희망에 관한 서사(포기하지 말아요_Come Alive, 등산신발 등), 가족의 기억(어머니의 재봉틀_‘Missing You’ 등), 현실과 이상의 다름을 꼬집는 풍자 등으로 나뉜다. ‘디저트를 배달해 주는 카트를 만들자!(부제: 다이어트 하는 너를 위해 준비했어. 기다려 내가갈께)’에서 보여준 언어유희는 더블 비얀코 아이스크림의 줄어든 용량을 풍자하며 만든 ‘변했어’라는 작품에서 정점을 찍는다. 문득 ‘변한 것은 아이스크림 만일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사회와 자아에 대한 반성적 언어로까지 사유를 끌어내는 것이다. 쏟아져 내리는 커피를 보고 만든 피규어의 역동성에서도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을 향한 유희적 감수성을 보여준다. 이른바 유희적 풍자, 작가는 “좋은 일은 꼭 규모가 커야만 좋은 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한다면 그 일들이 모여 어느 순간 큰 파도가 된다.”고 말한다.
1000번도 넘게 올라간 남한산성, 작가의 눈엔 ‘버리는 사람’보다 ‘줍는 선행(Clean hiking)’이 먼저 들어온다. 치유를 위해 오르던 산에서 환경을 위한 쓰레기 줍기를 생활화하고 이를 작품으로 옮겨온 행위, 이는 예술이 보여주는 결과가 아닌 삶의 모든 태도가 담겨야 함을, 보여주는 실천의 과정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팠기 때문에 더 소중한 삶, 소소한 행위들의 의미 속에 감추어진 내적 진실을 표현해온 삶, 그래서 진형준의 브릭은 유희이자 치유가 된 것이다. 80여년이 다된 어머니의 재봉틀에 담긴 감사와 그리움의 시선에서도 ‘의미의 서사’는 이어진다. 어머니가 사용하시는 오래된 재봉틀은 이모의 시어머님이 사용하시던 것이다. 말 그대로 어머니의 재봉틀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떠안은 여인들의 흔적이다. 작가는 여기서 역전을 시도한다. ‘과연 저 재봉틀이 예전 주인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재봉틀이 도깨비가 되었다는 상상은 생명이 없는 존재가 없음을, 사람들의 역사 속에서 재봉틀에 이미 그리움이 탑재됐음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미싱’으로 불린 재봉틀의 역사를 ‘Missing You’라고 부름으로써 인간중심적 행위성을 역전시키는 ‘자성(自省)’의 태도를 부여하는 것이다.
  • 반면, 브릭이라는 세계적인 재료가 한국적인 정체성과 만난다면 어떤 효과를 줄 것인가? 이 질문들은 2018 제34회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레고를 조립해 잉크로 찍어낸 족자양식)’ 입선작과 국내 2명만 참가했던 Shanghai AFOL Festival 2019에 자격을 얻어 출품한 안중근 의사를 주제로 만든 4점의 작품들, 2016년 이후 도전한 훈민정음 해례본 등의 작품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독립운동의 서사성에 대한 도전이나, 2015년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실 소식이후 이를 레고로 만들어 정음문화연구원에 기증한 사례 등에서 작가의 오랜 관심이 ‘레고를 덧입은 전통원형의 재해석’에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발 한발 어렵게 내딛은 작가의 행보는 한국의 땅과 역사를 자연스럽게 브릭에 얹어낸 결과이다. 말 그대로 진형준은 성실한 열정으로 서양적 재료를 한국적인 창의성으로 녹여내는 중이다.
  • 작가는 지난 가을, AB갤러리가 주최한 Autumn Leaves 2019에 ‘포기하지 말아요(Come Alive)’를 선보였다. 매해 신작을 구상해온 작가에게 ‘사랑이란(Love is)’ 긍정적인 치유이자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 ‘당신의 폐는 안녕하십니까?’(2020)는 당연하게 생각해온 우리 모두의 건강에 대한 풍자적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안녕한 폐를 만들기 위해선 특정 사람, 집단만의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말하고 싶다.”는 기록처럼 진형준의 브릭에 담긴 창작태도는 유희적 질문(자기반성)을 통해 공존의 길로 나아가는 ‘깊이 있는 철학적 모티브’를 담고 있다. 그가 작업해온 안중근 의사의 다양한 수인들은 비록 작은 손도장일 지라도 전체를 위한 ‘공생(共生), 이른바 서로 관계하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당신의 오늘은 안녕한가?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 속에 브릭 아티스트 진형준의 진짜 세계가 펼쳐져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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